[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시인 한정찬의 '사는 일은 늘 기적이다(2)'
1. 살다 보니
굽은 길 가다 보면 이마에 부딪히는
그 절망을 걷어 내고 희망을 펼쳐 보면
눈앞에 보이는 것들 모두 다가 행복길.
걷는 길 캄캄하다 걱정을 하지 말고
나 하나 불 밝히면 어둠의 빛이 되고
행복한 보람의 꿈이 한꺼번에 확 보여.
삼거리 나타나서 두 길에 망설일 때
자세히 바라보고 좁은 길 선택하면
할 일이 차고 넘쳐서 사는 보람 더 느껴.
2. 익숙한 발견
유쾌한 이 아침이 얼마나 행복한가.
내일을 기약하는 기대 반 걱정의 반
이참에 내가 하는 일 그 보람을 누리네.
햇살에 묻어오는 바람의 온기 앞에
눈부신 잔광처럼 빛나는 이 순간에
새롭게 내가 가는 길 그 근원을 발견해.
바람의 회초리가 나약(懦弱)을 깨워 앉혀
살아서 해야 할 일 목록을 나열하고
빛으로 내가 살아갈 그 인연을 찾아내.
3. 꽃들의 향연
꽃들이 흔들리며 하늘을 바라본다.
바람에 못 견뎌 내 꽃가지 휘어져도
하늘 땅 검을 현(玄)자가 새초롬히 눈뜬다.
꽃들이 부대끼며 이 땅을 노래한다.
거뭇한 사랑에 내 사랑 빛바래도
봄비에 젖은 향연이 찬란하게 빛난다.
꽃들이 휘날리며 허공을 젓고 있다.
만나면 이별 앞에 달래 봐 내 아쉬움
정든 정 떼어 내기에 침묵으로 버틴다.
4. 흔들리는 꽃
온실 안 꽃식물은 봄 앓이 크게 한다.
밖에는 이미 온 봄 온실 안 아직 몰라
전생에 보호받은 일 맨 처음에 알았네.
이른 봄 열린 문에 들어 온 꽃샘추위
숨 차는 심호흡에 혼쭐난 꽃식물들
너에게 다가올 숙명 이미 지난 일이네.
그 얇은 비닐 사이 그 안과 바깥 차이
생사를 가늠하는 딴 세상 이야기다.
인터넷 주간 예보에 두 눈 바짝 긴장해.
5. 분간
초목이 흔들릴 때 눈 들어 바라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숨 가쁜 초록 물결
바다가 왜 육지 곁에 넓이로만 보는가.
파도가 휘몰릴 때 눈 감고 들어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큰 파도 부딪히고
육지가 왜 바다 곁에 부피로만 보는가.
기쁨이 슬픔 안고 무작정 줄달음쳐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영 안 갈 때
행복이 사치 아닐 때 높이로만 보는가.
6. 삶의 현장
이 세상 사는 동안 바람은 내 친구다.
흰 구름 아득한 날 고뇌의 바람 따라
길 하나 왔다가 가는 내 다리가 바쁘다.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은 불멸이다.
한동안 머물다간 사랑의 밀도처럼
슬픔을 달래주고 간 내 가슴이 가쁘다.
일상에 머물러 온 바람은 갈등이다.
살면서 내 한계에 갈등의 형극처럼
눈물 나 흐느낄 무렵 내 머리가 아프다.
7. 가끔은
인생이 무덤덤한 평온만 유지하면
얼마나 따분해서 힘들게 지낼까요.
가끔은 복잡한 마음 생각하며 보내길.
시간을 허투루 써 후회가 따라오면
얼마나 안타깝게 시간을 보낼까요.
더러는 미련한 마음 안타깝게 여기길.
미래에 다가오는 기쁨이 조율하면
그대가 이끄는 길 바람이 불어댔다.
참으로 노래 닮은 시 오선지에 표현을.
8. 절제로 다스리기
나무는 바람 불면 제 몸을 내어준다.
오로지 맡기는 건 바람의 의중으로
몸 하나 기꺼이 내어 꺾어지고 쓰러져.
강물이 불었다고 좋은 일 아닌 거야.
부피와 속력에서 가속도 더 붙어서
갈 길이 정말 위태해 안전 제일 멀어져.
행복이 왔다 갔다 울먹인 사계에서
희망을 꽃피워 낼 마음을 쓰다듬자.
힘들어 마음 지칠 때 하늘 중심 쳐다봐.
9. 차를 마시며
시간이 사랑처럼 온기로 피어날 때
포개진 웃음 한 점 폴 날린 풍경이다.
앉아서 만 리를 가는 잡담마저 녹는다.
노래가 소망처럼 흥건히 젖을 무렵
떠도는 부평초가 정지된 부호 된다.
돌아야 살아서 있는 팽이마저 멈춘다.
고독이 믿음처럼 저 혼자 꼬물대고
바위에 피어나는 이끼가 또렷하다.
나머지 수우미양가 가감승제 남았다.
10. 내 마음
내 생각 흐린 날은 거울을 닦아 보자.
기억이 멀어져간 그 얼굴 그리워져
내 마음 한길로 걷듯 발길까지 편하다.
그 사람 보고픈 날 마당을 쓸어 보자.
발길이 뜸해져 간 그 사람 생각하면
내 마음 한결 즐거워 가슴까지 쭉 편다.
이 시간 지루한 때 먼 하늘 바라보자.
손길로 닻 다루는 그 손을 떠 올리면
내 마음 기도하듯이 고요하게 멈춘다.
11. 서시(序詩)
장작을 쌓아 놓고 군불을 지필 무렵
내 생각 끝에 이미 커버린
아직도 그대 못 잊어 한 줌 재로 날린다.
군불을 지피려고 준비한 불쏘시개
쏟아진 겨울비에 제대로 못 지피고
자욱한 검은 연기만 처마 끝에 머문다.
아직도 떠오르는 간절한 기도 앞에
이 세상 단 하나만 간절한 소망처럼
오로지 자식 사랑이 눈꺼풀에 달렸다.
12. 각오(覺悟)
내려갈 길 없으면 마음은 이미 젖어
그리움 포기하고 몸 하나 간수 안 해
조용한 침묵의 여유 풍경소리 듣는다.
올라갈 길 있다면 마음을 이미 뛰어
그리움 웅비하고 몸 하나 용트림해
솟구친 언어의 찰나 몸부림을 쳐본다.
시간을 이고 지고 젊음을 밀고 끌어
오르며 내려온 길 그리움 담고 퍼내
생각 끝 멈춘 자리에 그대 모습 정겹다.
13. 할 일이 있다는 건
유효가 지난 일은 향기가 없어진다.
할 일이 있다는 건 그 꿈을 다시 찾아
그 꿈을 인생에 거는 삶의 유효 찾기다.
목적을 달성하면 향기가 없어진다.
할 일이 있다는 건 새 목표를 다시 찾아
목표를 인생에 거는 삶의 목적 찾기다.
성공에 도달하면 향기가 없어진다.
할 일이 있다는 건 새 도전을 다시 찾아
도전을 인생에 거는 삶의 성공 찾기다.
14. 내 사랑
내 사랑 너무 설레 밤잠을 설쳤어요.
속삭인 언어들로 피어난 야생화가
산야에 부는 바람에 속삭이고 있어요.
내 사랑 잊지 못해 불 꿈을 꾸었어요.
설레는 언어들로 피어난 야생화가
산야에 침묵 고요로 피어나고 있어요.
내 사랑 영원토록 노래를 불렀어요.
들뜸의 언어들로 피어난 야생화가
산야에 나를 불러 내 마주 보고 있어요.
15. 약속
이 세상 단 하나 꿈 간직한 내 각오는
마땅히 당당하게 서 있는 내가 되고
희망에 흔들려 피는 한 송이 꽃 되리라.
이 세상 단 하나 꿈 키워온 내 중심은
기꺼이 지혜 침묵 지키는 내가 되고
사랑에 인내로 가는 한 줄기 빛 되리라.
이 세상 단 하나 꿈 지켜 갈 내 중심은
정말로 굽은 그 길 걸어갈 내가 되고
허투루 가는 일 없는 한 가닥 길 되리라.
▇ 한정찬
<문학 활동>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 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문학관련 저서>
한정찬 시집「한 줄기 바람(1988)」외27권, 한정찬 시전집 「한정찬 제1 시전집(2002)」, 「한정찬 제2 시전집(2002)」, 한정찬 시선집 「삶은 문학으로 빛난다.」(2024), 소방안전칼럼집 「공유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2023)
<문학관련 상>
소방문화상(1999), 소방문학대상(2001), 농촌문학상(2005), 옥로문학상(2008), 충남문학발전대상(2013), 충남펜문학상(2014), 충남문학대상(2015), 충청남도문화상(2024)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