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명품 소비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샤테크’ 열풍이 주춤하고 있다. ‘샤테크’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과 재테크(재무 기술)를 결합한 신조어로, 샤넬 제품, 특히 클래식 핸드백을 구매한 뒤 시간이 지나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행위를 뜻한다.
샤넬은 수년간 꾸준한 가격 인상 정책을 이어왔다. 대표적인 클래식백의 경우, 1955년 출시 당시 23만 원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가장 작은 모델조차 394만 원에 달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소비자들에게 명품을 단순 소비재가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샤테크’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급성장한 리셀(재판매) 시장도 샤테크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여행 제한으로 해외 명품 구매가 어려워진 가운데, 국내 중고 명품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샤넬 제품을 중심으로 한 ‘명품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선 중고 샤넬백의 판매가 전년 대비 50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샤넬은 제품 수량을 제한하고, 대표 모델의 디자인을 크게 바꾸지 않음으로써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왔다. 이런 전략은 중고 시장에서의 가치 보존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샤넬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러한 ‘샤테크’ 트렌드는 샤넬에 국한되지 않고, 루이비통과 재테크의 합성어 ‘루테크’, 롤렉스를 활용한 ‘롤테크’, 한정판 운동화에 투자하는 ‘슈테크’ 등 다양한 파생 신조어로 확산되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명품은 단순한 사치재가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소비 문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흐름에는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둔화, 명품 브랜드의 공급 확대, 중고 명품 시장의 가격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명품 리셀 시장의 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각에서는 과열된 명품 소비가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실질적 수익률보다 과시적 소비에 가까운 형태로 왜곡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샤테크는 과거 저금리·고물가 시기의 대체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명품을 자산으로 보려는 시도는 가능하지만, 투자의 안정성과 유동성 측면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샤테크는 더 이상 과거처럼 ‘무조건 오르는 투자’는 아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가치 판단을 바탕으로 한 소비 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