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수개월 만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은 '범용(one-size-fits-all)' 챗봇에서 고도로 전문화된 '산업 특화형 어시스턴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자사의 주력 거대언어모델(LLM)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발표하며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오픈AI의 챗GPT(ChatGPT)에 필적하는 성능을 목표로 하면서도, 기업 환경에서의 심층적인 맞춤형 활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딥시크의 이번 업데이트는 ▲금융 및 법률 서비스 등 특정 분야의 복잡한 질의 해결을 위한 추론 능력 확장 ▲특정 방언 및 기술 전문 용어를 아우르는 강력한 다국어 처리 능력 ▲제3자 데이터 소스 및 워크플로우 도구와의 용이한 연동성 강화 등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업계 전반의 광범위한 흐름을 반영한다. 오픈AI 역시 최근 기존 'o3' 모델 계획을 차기 GPT-5에 통합하며, 여러 중복 서비스를 단일 확장형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PT-5는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이해 능력을 사용자 정의 '스킬 모듈'과 결합하여 개발자에게 AI의 행동 및 데이터 처리 방식에 대한 세밀한 제어권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보안 및 규정 준수 문제 또한 자체 AI 개발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달 초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연방정부 직원의 챗GPT를 포함한 공개 LLM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내부 시스템인 'DHSChat'을 도입했다. 데이터 유출이나 규제 당국의 감시를 우려하는 기관들은 민감한 데이터를 사내에 엄격히 보관하는 맞춤형 모델을 자체 구축하거나 계약을 통해 도입하는 추세다.
한편, 오픈AI가 지난 3월 단행한 챗GPT 검색 기능 업데이트는 응답의 명확성과 간결성을 우선시하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기업들이 단순히 강력한 모델을 넘어, 숙련된 컨설턴트처럼 소통하는 AI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기업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성품 AI의 시대는 저물고, 맞춤형 지능 플랫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뜻한다. 실시간 위험 분석을 원하는 은행, 사례 검토 자동화를 추진하는 의료 기관, 혹은 초개인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기업 등 어떤 분야든, 차세대 LLM은 해당 시장 분야에 사전 훈련되어 제공되거나, 최소한 기업 자체 데이터와 규칙을 손쉽게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다.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AI 공급업체들은 단순히 모델의 규모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대신 기존 시스템과의 용이한 통합,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 준수, 그리고 전문 분야의 미묘한 특성에 대한 적응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딥시크의 야심찬 업그레이드는 시장의 중심축이 범용 챗봇에서 새로운 유형의 산업 특화형 AI 어시스턴트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