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공급의 핵심이지만…착공률은 14% 불과

재건축·재개발이 서울 민간분양의 85% 차지…실제 착공은 ‘제자리걸음’
서울은 빈 땅이 없다. 이 말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이제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서울의 새 아파트 공급은 대부분 정비사업, 즉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이뤄진다. 2023년 기준 서울 민간분양 단지 38곳 중 29곳이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됐고, 전체 분양 물량 2만 6228가구 중 2만 2426가구, 약 85.5%가 정비사업 물량이었다.
그러나 숫자만큼의 공급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비사업 대부분이 ‘진행 중’이긴 해도, 실제 착공까지 이른 사업지는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서울에서 추진 중인 정비사업지는 총 442곳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62곳에 불과하다. 전체 대비 약 14% 수준이다. 이로 인한 주택 공급도 약 5만 가구로, 전체 정비사업 예상 공급량인 38만 가구의 13%에 그친다.
이는 곧 서울의 새 아파트 공급이 향후 2~3년간 크게 부족할 수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2025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 4462가구로, 2024년 4만 6710가구에서 무려 4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적으로는 31% 감소가 예상되지만, 서울은 그보다 감소폭이 훨씬 크다.
정비사업 ‘속도’ 못 내는 4가지 이유
서울시의 정비사업이 더딘 속도를 보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공사비 갈등이다. 시공사와 조합 간의 견해 차이로 인해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이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신반포4지구, 이촌동 현대, 역촌1구역 등이 있다.
둘째는 이주 지연 문제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착공을 앞둔 사업지들도 실제 이주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의 한계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통기획은 초기 절차를 단축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착공에서 준공까지는 여전히 8~10년이 걸린다. 조합 내부 갈등과 추가 인허가 과정에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넷째는 지자체 및 관계 기관의 절차 지연이다. 정비구역 지정과 관련 행정 절차가 늦어지면서 전반적인 사업 일정이 지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아현뉴타운의 염리4구역과 염리5구역도 절차가 늦어지며 주민들의 속을 태우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공급 희소성 커지는 신축 아파트
이 같은 흐름은 정비사업을 통한 단기적인 공급 확대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 지연은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입주 예정 또는 입주 완료 신축 물량은, 향후 몇 년간 공급 공백을 고려했을 때 매물가치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마포구 공인중개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서울에서 새 아파트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단순히 공급 예정지에 투자하기보다는 시기와 진행 상황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신축 매물은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실거주 목적이든 투자 목적이든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이 서울 아파트 공급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진행의 불확실성도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착공률 14%, 공급 실현률 13%라는 수치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정책과 시장이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