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박정희는 예외일 수 있다. 그는 1963년 12월부터 1979년 10월까지 무려 16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실제로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부터 실권을 장악했으니, 사실상 18년 가까이 권력을 쥐고 있었던 셈이다.
그의 집권기 동안 국가 경제의 터전은 마련되었다. 그러나 사람은 떠났고, 마음은 닫혔다. 독재는 성장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며, 경제의 굳건함이 인간 삶의 존엄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또 다시의 선택, 그러나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반복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어딘가 다르다. 시간도 인물도 선택의 폭이 너무도 좁다. 후보는 있지만 ‘감히 대통령’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나라의 미래를 말하기보다는 과거의 적개심을 키우고, 정책 대신 감정싸움에 열중하는 목소리들뿐이다. 말로는 정의와 경제를 외치지만, 과거에는 부정과 특권을 반복해온 사람들의 메아리다.
“권력의 역사, 구속의 반복…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하여”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면 여러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은 일이 수순처럼 반복되어 왔다.
전두환은 1995년, 12·12 군사반란과 5·18 유혈 진압 책임, 그리고 비자금 조성으로 사법 처리됐다. 그의 공범 노태우도 비자금과 쿠데타 가담 혐의로 감옥에 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에게 국정을 위임하고, 재벌로부터 뇌물을 받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 후 구속되었다.
이명박은 다스를 통해 뇌물을 받고 자금을 횡령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줄줄이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야 했을까?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구속되는 나라,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그 이유는 단지 개인의 부패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 정치에는 구조적 병폐가 있다.
1. 권력 집중으로 인해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하게 관대한 집행·인사·정책권을 가지고 있다.
2. 제왕적 대통령제 + 제도적 견제 미비로 대통령 임기 중에는 실질적 견제가 어렵고, 퇴임 이후에야 비로소 책임을 묻게 되는 구조다.
3. 정경유착으로 재벌·권력·언론의 공생 구조, 측근 비리에 대한 구조적 무력감이다.
4. 정치적 보복 vs 정의 실현을 위해 일부는 정치 보복으로, 그러나 다수는 공적 증거와 국민 여론이 작동한 결과다.
“이재명과 김문수, 공약은 있지만 대통령감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안을 제안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 비판 속에서 정책의 연속성과 정권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에너지 병행론(원전 + 재생에너지)과 민생 중심 프레임도 제시했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은 아직 선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보수적 가치를 내세우며,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 그리고 청년을 위한 ‘3·3·3 청년주택’과 군가산점 부활 등의 정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공약 역시 실현 가능성과 정책의 깊이 면에서 의문이 남는다.
양측 모두 ‘대통령 감’으로서의 신뢰와 준비된 리더십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대통령의 자격, 그리고 그 자리에 서려는 이들”
지금 무대 위에 선 인물들은 과연 대통령직의 무게를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는가?
윤 대통령이 쫓겨난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대통령 자격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비로소 확실히 보았다.
그것은 단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감과 품격, 국민에 대한 존중의 문제였다.
결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단순한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아낼 그릇이어야 한다. 이 자리를 맡겠다고 나선 사람은 자신의 말이 법이 될 수 있다는 책임, 자신의 선택이 수많은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국민 역시 그 무게를 알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정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열어갈 사람을 고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나 그럴듯한 말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이해하고, 권력 앞에서 겸손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제도 바깥의 시민들을 끝까지 함께하는 지도자다.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대선이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대한민국이 다시 품격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헌숙|비평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