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스승의 날을 맞이해 썼던 시가 있었습니다. 칼을 꽃으로 키우는 사람이라는 꽤나 도발적인 제목의 시였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의 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타인에게 날카로운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춘기 아이들을 선생님들은 애정과 관심으로 품에 안고, 그 칼들이 꽃으로 변할 때까지 가르치고 지켜준다는 내용이었죠.
공부가 지겹고 힘겨워질 때, 우리는 한번쯤 방황하거나 타인에게 이유없이 감정을 뱉어내곤 합니다. 또 학생이 지위라도 되는 양,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이해와 관용을 가볍게 여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는 성장이란 걸 하게 됩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의 감정을 칼이 아니라 꽃으로 피워낼 수 있는 사람이 되죠. 여러분에게도 그러한 선생님이 한 분쯤은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교육계에서 화두가 되는 이야기 중 하나는 교사의 미래가 ChatGPT의 등장으로 크게 변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적어도 초중등교육에서 다루는 교과지식들에 대해서는 ChatGPT가 웬만한 교사의 지식을 넘어서니, 이제 학생들은 선생님이 아니라 GPT에게 물어보면서 공부하게 될 거라는 얘기죠. 이미 2024년 발표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의 생성형 AI 이용실태 및 리터러시 증진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중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생성형 AI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사용목적에 대해서는 주로 학교숙제를 하거나, 궁금한 내용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생성형AI를 자주 활용한다고 답했죠.
여러분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육이 생성형AI를 통해 변화할 수 있을까요? 혹은 더 나아가 AI가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미래도 올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물론 AI가 지식교육의 일부를 대체해주겠지만, 그렇다고 교사가 대체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봅니다. 오히려 교사의 역할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아이의 심리나, 인성 함양에 대해 전문가가 된 교사가 더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이죠. 기존에 선생님들이 수업의 진도를 빼는 것도 벅차서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면, 이제는 시간을 낼 수 있을 여건이 조성되리라 봅니다. 방황하는 아이들,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들을 찾아내고 도움을 주는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해지리라 봅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GPT를 잘 활용한다 해도 얻어내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사회에 대한 신뢰가 그러한 속성이 있다고 봅니다. 내 주위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길 가다 만난 어떤 낯선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등은 AI와의 대화로는 깨달을 수 없죠. 그 사람들과 얘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용기를 내서 얘기를 해야 오해가 생기면 푸는 방법, 실수에 대해 사과하는 방법 등 사회성의 중요한 부분을 터득하게 되죠. 그래야 제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날을 바짝 세워 말을 뱉어내는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아이의 성장은 근처에서 아이를 지켜보고 먼저 말을 건네는 학교 선생님들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다시 한번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과연 교사의 역할이 생성형 AI로 대체될 수 있을까요? 지식을 묻는 일은 AI에게 맡겨도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을 배우는 일은 여전히 사람 곁에서만 가능할 겁니다. 학생의 말투에 담긴 이름 모를 상처를 알아차리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며 기다리는 일, 그런 일은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겁니다. ‘꽃이 되기 전의 칼’을 품을 줄 아는 그분들 말이죠. 5월을 맞이해 저를 기다려주고, 품어주고, 말없이 이끌어주셨던 모든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합니다.
K People Focus 아사달97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대화하는 개인주의를 공부하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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