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베이비붐 세대 은퇴, 고령 자영업자 급증이라는 새로운 현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와 함께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42만 명이었던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 수는 2024년 210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2032년에는 24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취업자의 약 9%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과당경쟁과 저소득의 악순환
고령 자영업자의 증가는 단순한 숫자 변화를 넘어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운수, 음식, 도소매업 등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 집중되어 과당경쟁을 겪고 있다. 60대 신규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천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1인당 매출 역시 젊은 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창업 준비 부족, 낮은 생산성, 높은 부채 비율 등으로 인해 이들은 경제적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자영업 쏠림 현상의 구조적 원인
고령층이 자영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임금노동보다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영업 쏠림 현상은 개인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따라서 고령층이 자영업 외에도 다양한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규모는 확대되었지만
정부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응하여 2025년 역대 최대 규모인 109만 8천 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생계 보조를 넘어 노인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자아실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공익활동, 역량활용, 공동체사업단 등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 사업만으로는 자영업 급증의 근본적 해소에 한계가 있다. 보다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위한 제도적 개선 과제
먼저, 고령층이 임금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연장, 재고용 제도 정비, 임금체계 개편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은퇴 이후 창업을 준비하는 고령자에게는 업종별 사전 교육, 창업 준비 지원, 취약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세제 지원 등 실질적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주택연금 등 자산 연금화 장치의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부동산 등 자산을 생활비로 전환하지 못하는 고령층이 빈곤에 내몰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주택연금 가입 요건 완화와 수령액 현실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
고령자 일자리와 자영업 문제는 단순한 복지정책의 영역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핵심 과제다. 고령층이 자영업 외에도 다양한 경제활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존엄한 노후와 사회적 통합을 위한 논의와 실천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될 때다.
박동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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