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고기를 낚되, 그물을 치지 않는다.”
공자의 말에서 비롯된 고사 ‘조이불망(釣而不網)’은 단순히 낚시의 원칙이 아니라, 현대 사회와 기업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철학이 되고 있다. 즉, 모든 기회를 탐욕스럽게 쓸어 담기보다는, 절제와 원칙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태도다.
오늘날의 기업 경영에서도 이 정신을 실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신뢰와 관계를 중시하며, 무리한 확장이나 불공정한 거래를 피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절제된 소비를 제안하는 로컬 브랜드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의류 브랜드 ‘오르그닷(Orgdot)’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필요한 만큼만 만든다’는 철학을 고수한다. 계절마다 의류를 대량 생산하지 않고, 사전 주문 기반의 제작 방식을 통해 과잉 생산과 재고 폐기를 줄인다.
또한, 제품 라벨에는 옷의 생산지, 소재, 제작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소비자에게 ‘윤리적 소비’를 유도한다. 이는 낚시로 물고기를 잡되, 그물로 마구잡이식으로 퍼올리지 않는 태도와 닮아 있다.
과도한 마케팅 대신 정직한 가격
미국의 의류 브랜드 ‘에버레인(Everlane)’은 ‘Radical Transparency(급진적 투명성)’를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의류 원가, 생산 공장, 이윤 구조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필요한 것만 만들고 판매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과도한 할인 마케팅이나 과장 광고 없이, 절제된 가격과 정직한 설명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왔다.
이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도구를 모두 가졌음에도, 일정한 방식과 범위 내에서만 낚시를 행하는 ‘조이불망(釣而不網)’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과정보다 결과'가 아닌, '원칙 있는 과정'을 중시하는 기업들
현대 비즈니스 환경은 빠른 성과,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지만, 오히려 원칙을 지키며 천천히 가는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고객, 환경,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성과’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조이불망(釣而不網)’은 단지 고사성어가 아니라, 기업이 위기 속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가치가 될 수 있다.
수확량만 늘리기 위해 마구 그물을 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절제와 신중함, 그리고 원칙을 지키는 기업들이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범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이불망(釣而不網)’의 철학은 이제 개인을 넘어 기업과 사회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