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을 끼고 가상현실(VR) 게임을 해본 적 있나요? 실제로 놀이공원에 가지 않아도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고, 신비한 섬을 탐험하거나 우주를 여행하는 등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VR 게임은 보통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시각과 청각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보다 더 생생한 VR 게임을 위해서는 또 다른 감각이 필요한데요, 바로 ‘촉각’입니다.
촉각의 세계
촉각은 우리 피부나 털이 물체에 닿으면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각을 말합니다. 강아지 털의 부드러움, 얼음의 차가움, 책이 가득 든 책가방의 무거움 등 촉감은 물체의 질감, 온도, 무게, 딱딱함과 부드러움 등을 느끼게 해줍니다.
우리가 촉각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피부에 촉각을 감지하는 다양한 감각 수용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손바닥이나 손가락 끝에는 부드러움을 감지할 수 있는 수용기가 있습니다. 또 피부 깊은 곳에는 딱딱한 물체를 만졌을 때 압력과 진동을 느끼게 하는 수용기가 있답니다. 이런 다양한 촉각 수용기에서 받아들인 정보들은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됩니다.뇌는 이 정보를 해석해 우리가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 그 물체가 어떤 느낌인지 등을 파악합니다.
가상현실에서 촉각을 느끼게 하는 햅틱 기술
촉각은 시각, 청각과 함께 우리가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에 가상 현실에서도 실제와 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어야 현실감과 몰입감을 더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햅틱’ 기술입니다.
햅틱 기술은 디지털 기기에 진동이나 힘, 충격을 일으켜 사용자가 촉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입니다.햅틱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기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우리가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입니다.스마트폰을 터치할 때 느껴지는 진동이 대표적인 햅틱 기술입니다. 비디오 게임을 할 때 게임 컨트롤러가 진동하는 것도 햅틱 기술의 일종이죠.
지금은 이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한 촉각을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장갑이나 조끼, 수트 등을 몸이나 팔에 장착해 가상 현실에서 딱딱함, 부드러움, 무거움 등 생생한 촉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최근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피부에 붙여 촉각을 느끼게 하는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이 기기는 19개의 작은 장치가 육각형을 이루며 배열돼 있는데요. 압력과 진동, 비틀림과 같은 감각을 전달해 주는데요, 특히 주변 환경의 시각 정보를 촉각으로 바꿔 전달합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눈을 가리고 이 장치만으로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참가자가 장애물에 가까이 다가가면 강한 압력이 느껴져 주변에 물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죠. 그래서 눈을 가린 상태에서도 능숙하게 장애물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기기가 VR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 말했어요. 이 기기를 이용하면 시각 장애인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거나, 의족이나 의수를 착용한 사람들이 촉각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일러스트: 감쵸 작가








